5년 만에 찾아 온 한소네 7

한소네 7 설명회 행사장 단상

한소네 7 설명회 행사장인 ‘이룸홀’의 단상과 현수막.

한글 점자 100년의 역사, 1926년 훈맹정음에서 2026년 한소네 7까지. -셀바스 헬스케어-

지난 접근성 브리핑 제2호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한소네 7 설명회’가 2026년 4월 4일,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열렸습니다. 5년 만에 찾아온 한소네 7을 만나보기 위해 150여분이 함께 해 주셨는데요, 장소의 제약으로 신청하신 분들이 전부 참석하지 못하신 점은 매우 아쉬웠습니다. 제조사인 셀바스 헬스케어YouTube를 통해 행사를 실시간으로 중계하였고 지금은 한소네 7 설명회 링크를 통해 현장 상황을 시청하실 수 있다고 합니다.

행사에는 김예지 국회의원을 포함해 많은 내빈께서 함께 해 주셨는데요, 한글 점자가 반포된 지 100주년이 되는 올해에 한소네 7이 출시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입니다. 시각장애인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읽고 쓸 수 있는 문자인 점자는1 시각장애인에게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자이므로 이를 다루는 점자 정보 단말기 역시 그 관심이 매우 뜨거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이런 뜻깊은 자리에 저도 함께 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약 한 시간 동안 셀바스 헬스케어의 노영관 이사님과 제품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노영관 이사 님은 한소네 7의 기획에서부터 출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술을 적용하였다고 하는데요, 행사 때에 밝히지 못한 내용도 있으니 재밌게 살펴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점자에서 손이 떠나지 않도록 - 손가락에 반응하는 점자 표시 장치

기존 한소네 6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한소네

좌우의 점자 키보드 사이에 있는 센터 버튼으로 인공지능 서비스를 호출할 수 있는 한소네 7.

사용자의 손이 점자 표시 장치에서 떠나는 일을 최대한 줄여보자는 한소네 7의 기획 의도를 밝히는 것에서 노영관 이사님과의 대담이 시작되었습니다.

지금까지 한 줄의 길이보다 긴 글을 읽으려면 스크롤 키를 눌러가며 이전 줄이나 다음 줄로 이동했습니다. 하지만 한소네 7에서는 그냥 손끝으로 점자를 읽기 위해 점자 표시 장치 위를 지나가기만 하면 손가락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음 줄이나 이전 줄로 스크롤됩니다. 이 자동 스크롤 기능은 지금까지 스크롤 키를 수 천 번은 넘게 눌렀을 여러분의 수고를 크게 덜어주게 될 것입니다. 사용자의 기호에 따라 점자 읽는 손을 왼손, 오른손, 양손으로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쾌적한 독서 환경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글을 읽다가 커서를 맨 처음으로 이동하거나 여러 개의 항목 중 하나를 선택할 때도 점자 키보드로 손을 가져갈 필요가 없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좌우로 쓸거나 두 번 탭하는 동작이 한소네 7의 점자 표시 장치 위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명령어에 해당하는 제스처를 지원하기 때문에 ‘점자에서 손이 떠나지 않아도’ 한소네 7을 조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점자 셀 위에 나란히 줄지어 있던 커서 키도 사라졌습니다. 이제 단말기의 앞면 좌측이나 우측에 있는 커서 키를 엄지 손가락으로 누른 상태에서 커서를 보낼 점자 칸을 터치하기만 하면 그 위치로 커서가 이동합니다. 커서 키를 누른 상태에서 점자 표시 장치를 손가락으로 쓸면 손가락을 따라서 커서가 이동합니다. 물론 기존 커서 키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새로운 방식이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체험해 보니 새로운 방식이 저와 잘 맞았습니다.

기기의 오른쪽 측면에는 스크룰 휠이 달려 있어서 평소에는 음량을 조절하거나, 짧게 한 번 눌러서 음성의 고저나 속도 등 다양한 값을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스크롤 휠을 2초 동안 눌렀다 떼면 스크롤 기능으로 동작하게 되는데, 이때 휠을 돌리면 점자 표시 장치의 내용을 빠르게 앞뒤로 스크롤할 수 있습니다. 스크롤 버튼을 누르는 것보다 훨씬 빨리 내용을 스크롤 할 수 있기 때문에 내용이 긴 점자 문서를 훑어볼 때 매우 편리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자석을 품다

이제 일반 쿼티 키보드를 한소네 케이스와 함께 휴대할 수 있습니다.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전자제품과 자석은 상극이었습니다. 하지만 애플에서 적극적으로 자사 제품에 자석을 내장하기 시작하면서 자석을 품은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었습니다. 이제 한소네 7에서도 자석의 손맛을 매일 느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2

한소네 7의 충전 단자는 USB-C 규격으로 자석을 품고 있습니다. 이제 함께 제공되는 충전 케이블을 단자에 가까이 가져가면 기분 좋은 느낌으로 착 달라붙습니다. 마치 맥 세이프 충전 단자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한소네 7과 함께 제공되는 80키의 쿼티 키보드를 점자 키보드 위쪽에 살짝 가져가면 역시 자석이 맞이해 줍니다. 별도의 페어링이나 연결 과정 없이 바로 기기와 연결되며 일반 키보드로 한소네를 조작하고 문자를 입력할 수 있습니다.3 이 휴대용 키보드는 매우 얇아서 함께 제공된 한소네 7 케이스의 뚜껑에 부착하여 휴대할 수 있습니다. 키보드에는 보조배터리가 내장되어 있어서 한소네 7에 연결하여 제품 사용 시간을 1.5배 연장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노투북에서 경험하는 그 자석의 손맛을 이제 한소네 7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별도의 블루투스 키보드가 필요 없이 한소네 7의 전용 키보드가 제공되므로 점자 키보드의 일반 키보드를 상황에 따라 번갈아 사용할 수 있게 된 점도 매우 편리한 점입니다.

시청각장애인도 함께 할 수 있도록

시각과 청각의 복합 장애로 불편을 겪고 있는 시청각장애인들은 점자 정보 단말기가 매우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입니다. 지금까지는 명령 키를 잘못 입력하거나 네트워크에 연결되거나 USB 기억 장치를 삽입하는 것처럼 기기에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들을 짧은 신호음으로 알려주었기 때문에 시청각장애인들은 기기의 상태를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한소네 7은 햅틱 액추에이터를 내장하고 있어서 마치 손등을 ‘톡톡’ 두드리는 듯한 다양한 패턴의 햅틱 피드백을 제공합니다4.

이를 이용하면 기기의 다양한 상태를 짧은 신호음과 함께 햅틱으로 전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소네 7의 음악 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을 때 비트나 베이스에 따라 기기 전체에 햅틱 피드백을 제공하기 때문에 시청각장애인들이 음악의 비트와 흐름을 좀 더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5

한소네 7과 함께 제공되는 쿼티 키보드를 장착하여 시청각장애인이 점자 표시 장치를 바로 읽으면서 키보드를 익힐 수 있으며,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컴퓨터를 활용할 때에도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8GB의 메모리와 안드로이드 15, 그 이유는?

이번 한소네 7은 8GB의 메모리와 256GB의 저장소를 탑재한 하드웨어 위에 안드로이드 15가 얹혀 있습니다. 저장소는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인데, 아무래도 메모리가 8GB라니 살짝 부족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노영관 이사님은 제품의 기술 사양과 안정성을 고려한 선택의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대외비라 밝히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다만 지난해부터올해에 걸쳐 모바일 메모리 가격이 수 배 이상 급등한 시장 상황에서도6 새롭게 탑재된 터치형 점자 표시 장치를 비롯한 여러 신기술 요소를 갖추면서 기존 제품과 동일한 가격대를 유지하기 위한 고민이 담겨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한소네 7은 3년 이상의 개발 기간을 거친 프로젝트로, 하드웨어 사양 확정 당시를 기준으로 안드로이드 15를 탑재했습니다. 글로벌 출시 시점인 2026년 7월 기준으로는 안드로이드 16이 이미 보급된 상황이지만, 노영관 이사님은 향후 업그레이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향후 단말형 인공지능을 탑재하여 인터넷 연결이 없는 상황에서도 문서 요약, 이미지 인식 등 시각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기능을 제공한다고 했으니 시각장애인 접근성 기기 분야에서 중소기업이 어디까지 기술적 도전을 이어갈 수 있을지, 향후 행보가 기대됩니다.

마무리 - 속 깊은 엔지니어링

행사 발표를 진행하는 셀바스 헬스 케어 노영관 이사

행사장에서 한소네 7에 대해 기능 설명을 진행하는 노영관 이사.

이사님과 한 시간 가량을 대화하면서 여기서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LED 표시등을 위한 별도의 구멍을 뚫는 대신 스피커 그릴을 활용했다가나 스피커의 음질을 개선하기 위해 전문 기술을 가진 업체와 협업하여 스피커를 제작한 일, 네 개의 셀이 하나의 모듈이지만 각각의 셀을 분해하고 청소할 수 있는 독특한 터치 점자 셀, 매일 사용하면서 만지는 기기의 촉감을 개선하기 위해 미세 공정을 적용한 이야기를 들을 때 엔지니어로서의 고뇌가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한소네 7은 7월 초에 있을 제품 판매를 위해 최종 점검 단계에 들어와 있습니다. 어쩌면 이사님과 나누었던 이야기들 중 상당 부분은 실제 사용자가 체감하기 어려운 제품 자체의 속 깊은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신경쓰지 않는 부분조차 회사의 기술적 역량을 끌어내어 적용하려고 한 노영관 이사님과 관계자 여러분께 시각장애인 당사자로서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참고 자료

Footnotes

  1. “It is the only system that allows blind people to read and write independently and to do both interactively.” | The Braille Literacy Crisis in America - Facing the Truth, Reversing the Trend, Empowering the Blind - NFB

  2. 자석을 내장하는 경우 자력계(나침반)처럼 자기장에 민감한 센서가 오작동하지 않도록 자석의 배열과 위치를 정밀하게 설계해야 합니다. 자석의 방향을 조합해 내부 부품 쪽으로는 자속을 최소화하면서 원하는 방향으로만 자력이 강하게 작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인데, 이 설계를 제품 두께와 무게 제약 안에서 구현해 낸 것이 엔지니어링의 묘미입니다.

  3. 애플 iPad에 이를 위해 별도의 ‘스마트 커넥터’가 있는 것처럼 한소네 7에도 자석식 키보드를 위한 전용 단자가 있습니다. 애플의 스마트 키보드가 아이패드에서 전원을 공급받는 것과는 달리 한소네 7의 착탈식 키보드는 그 자체가 보조 배터리가 되어 한소네 7을 충전합니다.

  4. 지금까지 한소네에 탑재되어있던 ‘편심 회전 모터’(ERM)는 진동의 처음과 끝을 날카롭게 다듬을 수 없으며, 낮은 주파수를 발생하기도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한소네 7’이나 최신 애플 제품에 탑재된 ‘선형 공진 액추에이터’LRA)는 짧고 강한 피드백이 가능합니다. 이를 잘 활용하면 물리적으로 버튼이 눌리지 않았는데도 압력을 감지하여 버튼이 눌린 것 같은 촉감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5. 기기가 커질수록 진동이 전체에 고르게 전달되도록 설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스피커 음이 기기 자체를 울려 불필요한 공진음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햅틱과 음향이 서로 간섭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것, 역시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6. 스마트폰용 DRAM 칩 가격은 2025년 초 개당 약 30 이상으로 올랐으며, 2026년 1분기에 추가로 50% 상승해 누적 기준 약 6배에 달하는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 Counterpoint Research, 2026 Smartphone Shipment Forecasts Revised Down as Memory Shortage Drives BoM Costs Up (2025.12.16, https://counterpointresearch.com/en/insights/2026-smartphone-shipment-forecasts-revised-down-as-memory-shortage-drives-bom-costs-up) | TrendForce, Rising Memory Prices Weigh on Consumer Markets (2025.11.17, https://www.trendforce.com/presscenter/news/20251117-1278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