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봄이 제대로 찾아온 4월이 다가옵니다. 이제 벚꽃도 슬슬 피기 시작하네요. 이번 주에는 특별히 기다려온 행사가 있어서 저 알리도 토요일 오후 시간을 미리 비워두었습니다. 바로 한소네 7 시연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그리고 며칠 뒤에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접근성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컨퍼런스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봄처럼 따뜻하고 기분 좋은 소식들로 채운 접근성 브리핑 제5호, 지금 시작합니다!

제5호 - 2026년 3월 31일(화)

브리핑 1. 드디어 이번 주 토요일 — 한소네 7 시연회 현장과 유튜브 동시 중계

지난 제2호 브리핑에서 소개한 한소네 7 시연회가 드디어 이번 주 토요일입니다. 4월 4일(토) 오후 1시 30분부터 3시 30분까지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열립니다. 참가 신청 마감으로 현장 참석이 어려우신 분들은 아래 링크로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함께하실 수 있습니다.

한소네 7은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를 탑재하고 Gemini를 별도 설치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제품으로, 5년 만에 나온 신작인 만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합니다. 무엇보다 손끝에 반응하는 점자 표시 장치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단말형 인공지능인 Gemini Nano의 오프라인 성능이 실제 사용 환경에서 어떻게 느껴지는지 이번 시연에서 살펴볼 수 있을 듯합니다.

덧붙이자면, 셀바스헬스케어는 지난달 한소네 7이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2026 제품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는데, 전문 디자이너와 시각장애인 제품 기획자가 공동으로 개발에 참여하여 시각적 도움 없이 촉각만으로 모든 기능을 인식하고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점이 수상 이유로 꼽혔습니다. 수상 여부보다 실물을 직접 손끝으로 확인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합니다.

알리도 이번 시연회에 참석하여 특히 이전 모델에서 아쉬웠던 자체 웹 브라우저와 모바일 스크린 리더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개선되었는지,테스트해보고 관계자 분들에게 문의해 보려 합니다. 혹시 사정이 있어 현장에 가지 못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참석이 어려워 기다리는 분들을 위해 미리 취소 연락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브리핑 2. 음성으로 말하면 점자가 찍힌다 — 망고슬래브 ‘네모닉닷’, 나라장터 엑스포에서 만나다

시각장애인들은 약국에서 조제약을 받아올 때마다 곤란한 상황에 처하곤 합니다. ‘어느 봉투가 아침 약이고 저녁 약이야?‘. 약사 선생님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지만 집에 돌아오면 어느새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특히 봉지 않에 여러 가지 약이 섞여 있으면 약을 찾는 난이도는 급상승합니다. 이 오래된 불편을 기술로 풀어보려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C랩 출신 스타트업 망고슬래브가 개발한 휴대용 AI 점자 라벨 프린터 ‘네모닉닷(Nemonic Dot)‘이 지난주 열린 코리아 나라장터 엑스포 2026에 나타나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제품은 스마트폰 앱에 음성으로 원하는 내용을 말하거나 텍스트로 입력하면 AI가 이를 100개 이상의 언어 점자로 자동 변환해 즉시 출력해주는 기기입니다. 점자를 전혀 모르는 비장애인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으로, 약사가 “하루 세 번 식후 복용”이라고 말하면 AI가 알아서 점자로 바꿔 라벨로 찍어주는 방식입니다. 손바닥 크기에 내장 배터리를 갖춰 들고 다닐 수 있고, 플라스틱은 물론 금속 라벨에도 선명한 점자를 구현하는 독자적인 프레싱 방식을 채택했다고 합니다.

이 제품이 주목받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APISDK를 전면 개방하여 기존 약국 시스템, 키오스크, 공공기관 앱에 점자 출력 기능을 손쉽게 연동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기기를 파는 것이 아니라 ‘점자 접근성 인프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이미 CES 2026 최고혁신상과 iF 디자인 어워드 2026을 연달아 수상하며 글로벌 기술력을 인정받았습니다.

물론 아직 실사용에 관한 현장 검증이 필요합니다. 출력 점자의 높이와 촉각 품질이 국제 기준에 맞는지, 점자의 약자 처리가 잘 되어 있는지, 장기간 사용했을 때 라벨의 내구성이 어떤지는 사용자들의 직접 평가가 쌓여야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점자를 모르는 사람도 점자를 만들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유니버설 디자인의 정수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브리핑 3. 국회에서 열리는 ‘사용자 중심 접근성’ 컨퍼런스 — 4월 10일, 김예지 의원실 주최

4월 10일(금) 오후 1시 30분부터 5시까지,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눈여겨볼 만한 컨퍼런스가 열립니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실 주최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일산직업능력개발원,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웹와치가 함께 주관하는 ‘사용자 중심 접근성 컨퍼런스’입니다.

이번 행사가 반가운 이유는 구성 자체에 있습니다. 정책·제도, 기업 사례, 신기술 기반 보조공학기술이라는 세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면면을 보면 이름만 들어도 반가운 분들이 즐비합니다. 알리가 여러 차례 소개한 카카오김혜일 DAO님이 카카오 접근성 사용자 참여 이야기를 들려주시고, 지난 제3호 브리핑에서 소개한 LG전자의 접근성 키오스크 이야기도 이 자리에서 직접 들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삼성전자 VD사업부의 TV 접근성 혁신 사례, Agentic AI 기반 키오스크 음성 인터페이스와 실내 안내 로봇 이야기까지 한 자리에 모입니다.

특히 3부의 ‘AI 기반 바이브 코드 배리어프리 앱 저작 기술’과 ‘Agentic AI 기반 키오스크 음성 인터페이스’는 제2호에서 말씀드린 Agentic AI 시대의 접근성 담론이 드디어 구체적인 기술 사례로 국내 무대에 오르는 것이라 기대가 됩니다.

이 컨퍼런스에서 다루는 의제들 — 키오스크 접근성 의무화 이후의 현실, 생성형 AI가 만드는 새로운 정보격차, 접근성 평가 방식의 한계 — 은 모두 접근성 브리핑이 꾸준히 짚어온 주제들과 정확히 겹칩니다. 정책 입안자, 기업, 기술 개발자, 그리고 당사자가 한 공간에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자체에 커다란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국회의원회관 출입을 위해 신청 시 이름, 연락처, 생년월일을 함께 기입하면 절차가 간소화된다고 하니 참석을 고려하시는 분들은 미리 준비해두시면 좋겠습니다. 신청은 4월 9일까지입니다.


브리핑 4. 안경 쓰는 사람들을 위한 AI 안경 — 메타 레이밴 ‘스크라이버·블레이저’ 출시 임박

제3호제4호 브리핑에서 Be My Eyes와 Lighthouse Guild AI 이야기를 전하면서 메타의 AI 안경을 여러 차례 언급했는데요, 이번에는 그 AI 안경 생태계 자체에 관한 소식입니다.

메타가 처방 렌즈를 착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특별 설계된 레이밴 AI 안경 신모델 두 가지를 이번 주 안에 출시할 예정입니다. 코드명 ‘스크라이버(Scriber)‘와 ‘블레이저(Blazer)‘로 알려진 이 모델들은 각각 직사각형과 둥근 프레임으로 출시되며, 기존 안경점과 동일한 처방 안경 유통 채널을 통해 판매됩니다. 이미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인증까지 마쳐 출시가 임박한 상태입니다.

이 소식이 접근성 관점에서 왜 의미 있을까요. 현재 전 세계에서 처방 렌즈가 필요한 인구는 수십억 명에 달합니다.1 기존 레이밴 메타 AI 안경에도 처방 렌즈를 추가할 수 있었지만 이번 신모델은 처음부터 처방 안경 사용자를 위해 설계된 첫 번째 제품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AI 안경 기반 시각 보조 기술은 이미 4호에서 소개한 마라토너 토머스 패닉의 사례처럼 시각장애인의 독립적인 활동을 돕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AI 안경에 익숙해질수록 이 기술을 접근성 도구로 활용하는 생태계도 함께 성장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물론 아직 한국어 지원이 완전하지 않아 국내에서 곧바로 체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커버그가 “앞으로 몇 년 안에 대부분의 안경이 AI 기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이 단순한 전망이 아니라 구체적인 제품 행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AI 안경이 대중화되는 속도에 맞춰 접근성 기능도 함께 확장되기를 기대합니다.


브리핑 5. “나와 같은 장애인 친구들을 위해” — 시각장애 대학생의 초정밀 GPS 보행 내비게이션 창업 도전

이번 브리핑에서 가장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대구대학교 컴퓨터공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21살 최서현 군은 시각장애인이며, 동시에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독립 보행을 돕는 ‘초정밀 보행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개발하는 창업자입니다.

시각장애인에게 기존 내비게이션이 얼마나 불충분한지는 당사자라면 몸으로 압니다. 일반 GPS의 수 미터 오차는 차량 내비게이션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만 보행자에게는 교차로를 잘못 건너거나 연석에 걸리는 등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가 됩니다. 최 군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했습니다. 센서 융합 기술을 적용해 위치 정확도를 높이고 특허까지 출원했으며 울주청년창업아카데미에 선정되어 사업화 가능성도 인정받았습니다.

그는 재학 중인 대학교 본관 휴게실 구석을 실험실 삼아 밤을 지새며 데이터를 수집하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모습에 학교 창업지원단도 함께 팔을 걷어붙였고 창업지원단장은 5년 동안 처음 보는 몰입이라고 했습니다. 최 군의 목표는 기술을 고도화해 네이버나 카카오 등 기존 모빌리티 플랫폼과 연동함으로써 시각장애인이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지난 K-Braille 이야기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당사자가 연구 설계 안에 있을 때 비로소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더 정확하게 다가옵니다. 몇 미터 오차가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걸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그 문제를 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강한 동기가 됩니다. 최서현 군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마치며

이번 주는 기다림이 현실이 되는 소식들로 가득했습니다. 5년을 기다린 한소네 7을 드디어 토요일에 손끝으로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고, 점자를 몰라도 점자를 인쇄할 수 있는 기기가 공공 조달 현장에 등장했습니다. 얼마 뒤에는 정책·기업·기술 각 분야의 사람들이 국회라는 공간에 모여 ‘사용자 중심 접근성’을 함께 논의합니다. 그리고 AI 안경이 처방 렌즈 착용자들에게까지 손을 뻗는 사이, 저 멀리 대구에서는 스물한 살 청년이 대학교 휴게실 구석에서 밤을 지새우며 같은 장애를 가진 친구들을 위한 내비게이션을 만들고 있습니다. 세상이 바뀌는 건 이런 크고 작은 현장들이 함께 움직일 때입니다.

이번 주 접근성 브리핑은 어떠셨나요? 제발 덧글 좀 달아주세요. 여러분의 피드백은 알리에게 큰 힘이 됩니다!데헷! 4월에도 힘내보겠습니다!

Footnotes

  1. 저커버그는 2026년 1월 메타 Q4 실적 발표 콜에서 “수십억 명이 시력 교정을 위해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착용한다”고 밝혔고, WHO는 근거리·원거리 시력 장애 인구를 최소 22억 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 Mark Zuckerberg says a future without smart glasses is ‘hard to imagine’ - TechCrunch | WHO - Blindness and visual impair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