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매주 화요일, 주간 접근성 브리핑이 여러분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어제 오늘 알리의 접근성 연구소 웹 사이트를 개편하고 수많은 분들의 개업 축하를 받느라 살짝 발행이 늦어지기는 했지만, 저 자신과 여러분과의 약속을 아슬아슬하게 지킬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한 주간의, 그리고 조금 지났지만 굵직굵직한 접근성 관련 소식을 전하는 접근성 브리핑, 지금 시작하겠습니다!
제1호 - 2026년 3월 3일(화)
브리핑 1. 장애인 정보접근권 강화를 위한 ‘장벽 없는 무인정보단말기’ 의무화 전면 시행
키오스크는 시각장애인 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에게도 큰 장벽이 되고 있는데요, 반가운 소식이 있습니다. 두 달 전 이야기로 이미 알고 계신 분도 있겠지만, 우리 시각장애인 당사자들의 중요한 권리에 관한 소식이므로, 접근성 브리핑의 첫 기사로 소개합니다.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은 2026년 1월 28일부터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배리어프리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 설치 의무화가 전면 시행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공공 및 민간의 키오스크는 접근성 검증 기준을 준수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안내 장치를 반드시 갖춰야 합니다.
단, 50㎡ 미만 소규모 시설이나 소상공인은 호환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거나 보조 인력 및 호출벨을 배치하는 것으로 예외를 인정받습니다. 의무 불이행 시 법무부 장관의 시정명령과 최대 3천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으나, 제도 초기임을 고려해 행정처분은 탄력적으로 적용될 예정입니다.
관련하여 이스란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키오스크 일상화 환경에서 정보접근권은 기본권”이라며, “중앙과 지방이 협력해 제도를 현장에 안착시키고, 새로운 디지털 소외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키오스크를 들여다보다가 코 끝으로 화면을 눌러 햄버거를 두 개 주문해서 나날이 체중이 늘어가고 있는 저 알리가, 이제는 좀 홀쭉해질 수 있을까요? 더 많은 키오스크에 ‘누구나 닿을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브리핑 2. 가방에 쏙 들어가는 A4 확대교과서 제작
이제 3월이라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새로운 교과서를 받고 새 학기를 시작하게 되는데요, 초등학교 교실에 들어가면 안타까운 모습을 마주합니다. 저시력 학생이 책상보다 큰 확대교과서를 읽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나서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교과서를 읽는가 하면, 커다란 독서대를 가득 채운 확대교과서를 이리저리 넘겨보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는 학생의 모습이 그것입니다.
왜 교과서의 크기를 키운 확대교과서가 제작되는가 하면 비장애인과 똑같은 페이지를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입니다. 특히 통합 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비장애인 학생과 다른 책을 본다는 것 자체가 심리적으로 매우 힘든 경험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커다란 확대교과서가 불편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국립특수교육원이 올해부터 희망하는 시각장애 초등학생을 위해 가방에 쏙 들어가는 ‘A4 확대 교과서’를 제작해 보급합니다. 모든 학생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또한 반갑습니다.
기존 B4나 A3 크기의 스프링 제본 확대 교과서는 무겁고 책상에 펼쳐보기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를 개선한 A4 확대 교과서는 일반 교과서와 지면 크기는 같지만 글자와 그림을 2배로 키웠고, 튼튼한 무선 제본을 적용해 휴대성과 내구성을 대폭 높였습니다. 현장의 학생과 교사들 역시 가볍고 책상에서 공부하기 편해졌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국립특수교육원은 향후 중·고교생에게도 이를 확대 보급할 계획입니다. 김선미 원장은 “확대 교과서가 시각장애 학생들의 학습 불편을 해소해 주길 기대하며, 모든 장애학생에게 필요한 학습 지원을 늘 찾아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저시력 학생들이 좀 더 편한 학습 환경에서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브리핑 3. ‘디아블로4’ 게임을 소리로 즐긴다 - ‘오토핀사운드’ 게임 길드
여러분, 혹시 게임 좋아하시나요? 저 알리는 저시력이라 모니터에 코를 밀착하여 여러 가지 게임을 즐기고 있는데요, 전맹 사용자들이 즐길 만한 게임을 찾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여기, AAA급 게임을 눈이 아닌 귀로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시각장애인 게임 동호회(길드) ‘오토핀사운드’가 블리자드의 액션 RPG ‘디아블로4’를 플레이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길드장 김준형 님(닉네임 오토핀사운드)을 주측으로 서예림 님(닉네임 아이린), 박동희 님(닉네임 힐링), 황인상 님(닉네임 블루스)으로 구성된 이 길드는 모니터 화면 대신 텍스트 음성 변환(TTS)과 목적지를 소리로 알려주는 ‘핀 사운드’ 등 게임 내 접근성 기능에 전적으로 의지해 비장애인과 파티 플레이를 즐깁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변화 이면에는 아쉬운 한계도 존재합니다. 저품질 음성 엔진 탓에 정확한 발음 구분이 어렵고, 정작 길 찾기가 가장 중요한 던전 안에서는 음성 내비게이션 기능이 꺼져버리기 때문입니다. 이에 사용자들은 몬스터의 소리를 추적하거나, 저시력 사용자의 잔존 시력에 의지하는 등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한계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길드 측은 조만간 개발사인 블리자드에 ‘접근성 개선 제안서’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이들은 게임의 접근성 기능이 단순한 배려가 아니라, 지하철 엘리베이터처럼 비장애인의 사용자 경험까지 높여주는 ‘유니버설 디자인’임을 강조했습니다.
자, 여러분도 한 번 도전해 보시지요. “찾았어요! 쭉 내려와서 한 시 방향!”이라고 외치면 됩니다!
브리핑 4. ‘라이언’ 만지며 행복하다던 아이… 카카오가 점자달력 만드는 이유
2024년 카카오에서 점자 달력을 보급하기 시작하면서 소위 ‘레어템’, 즉 구하기 어려운 물건의 반열에 등극한 물건. 지난 2025년에도 2026년 달력을 보급했습니다. 저 알리는 다행이 작년에는 학교에 있어서 감사하게도 제품을 수령할 수 있었고 지금도 아주아주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브리핑은 홍윤희 님께서 카카오에서 국내 IT 기업 최초로 ‘디지털접근성책임자(DAO)’ 조직을 이끌고 있는 김혜일 님과 IT 개발자 장성민 님의 이야기를 다루어 주셔서 소개합니다.
2000년대 초반 웹 접근성 태동기부터 함께 활동해 온 두 전문가는, 2022년 DAO 신설 이후 카카오 공동체 전반의 접근성 향상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노력으로 저시력자를 위한 고대비 테마 적용, 시청각장애인의 원활한 소통을 돕는 점자 정보 단말기 ‘한소네’와의 카카오톡 연동, 시각장애인도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이모티콘 대체 텍스트 삽입 등 실질적인 서비스 개선이 이뤄졌습니다. 특히 2024년부터는 정보 전달을 넘어 시각장애인에게 ‘사유의 경험’을 제공하고자 카카오 캐릭터를 손끝으로 느낄 수 있는 점자 달력을 제작해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AI 시대에 소외되는 이가 없도록 서비스와 콘텐츠의 접근성 보장, 당사자가 참여하는 정책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김혜일 님은 “접근성은 장애가 있기에 발휘할 수 있는 ‘장애 전문성’ 분야”라며 진로를 고민하는 당사자들을 독려했고, 장성민 님은 “접근성 확보는 결국 노안이 오는 자신을 포함해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기사 원문에는 더 진한 내용이 있으니 여러분도 함께 그 진한 맛을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브리핑 5. WebMCP - 웹 접근성의 판도를 바꿀 기술
마지막 브리핑은 인공지능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게 왜 접근성과 관련이 있을까요?
최근 인공지능이 단순한 답변을 넘어 사용자의 지시를 직접 수행하는 ‘Agentic AI’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지정한 폴더 내 파일을 읽고 분류하거나 쇼핑몰에서 조건에 맞는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는 등 AI가 인간의 행동을 모사하기 시작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Agentic AI가 웹을 탐색하는 방식이 우리 시각장애인이 화면 읽기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방식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입니다. 양쪽 모두 화면 구조가 복잡해지거나 시각적 변화가 잦아지면 정보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실수를 연발하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최근 Chrome 146 버전에서 ‘사전 체험판’으로 공개된 ‘WebMCP’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WebMCP는 웹 사이트가 화면 UI 대신 명확한 “기능과 입출력 정보(JSON Schema 등)“를 인공지능에게 직접 노출하는 표준입니다. 화면이 아무리 복잡하게 바뀌어도 인공지능은 웹 사이트의 기능과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오류 없이 동작할 수 있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이 보조공학 기술의 판도를 바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WebMCP가 화면 읽기 프로그램과 결합한다면 어떨까요? 복잡한 콤보박스와 편집창을 일일이 찾을 필요 없이, 사용자는 “3월 3일 제주행 항공권 예약해 줘” 한마디로 예약에 필요한 기능을 즉시 호출할 수 있습니다.
알리의 접근성 연구소의 알리 대표는 “WebMCP 기술과 보조공학의 결합은 아직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블루오션”이라며, “이러한 아이디어가 공유되고 발전한다면 시각장애인이 하루에 수백 번씩 탭 키를 누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곧 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과연 진짜 이런 날이 오기는 할까요? 저 알리가 직접 작성한 아래의 글을 읽어주세요.
마치며
여러분, 이번 주 접근성 브리핑은 어떠셨나요? 처음이라 요약의 분량과 기사 선정의 방향 등 모든 것이 생소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들께서 피드백을 주시면 더 좋은 접근성 정보를 전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접근성 좋은 환경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듯이, 저도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그럼, 다음 주 화요일에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