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올해는 훈맹정음 반포 100주년입니다. 1926년 송암 박두성 선생이 한글 점자를 만들고 세상에 내놓은 지 꼭 한 세기가 지났습니다. 점 여섯 개로 한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만든 일은 단순한 문자 발명의 역사가 아니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도 문자를 배우고 책을 읽으며 자기 생각을 쓰고 남길 권리가 있다는 선언에 가까웠습니다.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다시금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점자는 국가가 인정한 문자입니다. 점자법도 있고, 점자교원 제도도 새로 생겼습니다. 점역 프로그램과 점자 정보 단말기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도 점자 문해를 다시 교육권의 문제로 세우려는 움직임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왜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점자는 늦게 닿을까요?
점자 100년, 이제는 기념보다 사용의 문제입니다.
이번 접근성 브리핑 제19호는 점자 특집으로 준비했습니다. 훈맹정음 100주년 전시 소식에서 출발해, 점자법 시행 10년의 현실, 점자교원과 점자능력 검정 제도, 점사랑 7.0과 한소네 7 같은 오늘의 도구, 그리고 국내외 점자 문해 운동까지 이어서 살펴보려 합니다.
기념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기념만으로 사람이 문자를 읽게 되지는 않습니다. 점자가 실제 생활 속에서 얼마나 배우고 쓰이며 권리로 이어지고 있는지 함께 짚어 보겠습니다.
제19호 - 2026년 7월 7일(화)
브리핑 1. 훈맹정음 100주년 — 전시는 끝나도 남겨진 질문들
훈맹정음 반포 100주년을 맞아 점자의 역사를 다시 조명하는 전시 소식이 이어집니다. 인천 송암점자도서관은 7월 10일부터 8월 21일까지 송암박두성기념관에서 훈맹정음 반포 100주년 기념 특별전 「화이부동」을 엽니다. 이 전시는 훈맹정음의 탄생과 발전 과정, 시각장애인의 교육·문화·사회참여 활동이 어떻게 넓어져 왔는지를 보여 주는 자리로 소개됐습니다.1
국립세계문자박물관도 올해 10월 훈맹정음 전시를 준비 중입니다. 이시종 국립세계문자박물관 홍보디자인부장은 머니투데이 칼럼에서 좋은 전시는 정보를 전달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관람객 안에 질문을 남긴다고 썼습니다. 그는 훈맹정음을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전시”로만 소개하면 일부 관람객이 한발 물러설 수 있지만, “읽지 못하는 사람에게 문자는 권리였을까”, “기술이 발전하면 장애는 사라질까”, “오늘 우리의 정보 약자는 누구일까”라고 묻는 순간 훈맹정음은 오늘의 문제가 된다고 말합니다.2
저는 이 관점이 이번 호의 출발점으로 아주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훈맹정음 100주년은 과거의 위인을 기리는 행사로만 남아서는 안 됩니다. 100년 전 박두성 선생이 한 일은 점자를 만든 일이기도 했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문자에서 배제된 사람에게 문자를 돌려준 일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도 분명해집니다. 지금의 점자는 누구에게 제대로 닿고 있는지, 배워야 할 사람이 실제로 배우는지, 필요한 문서가 제때 만들어지는지, 점자를 모르는 사회가 이를 권리의 언어로 이해하는지도 함께 물어야 합니다.
전시는 언젠가 끝납니다. 포스터도 내려가고, 기념행사도 지나갑니다. 하지만 좋은 전시가 남기는 질문은 오래 갑니다. 훈맹정음 100주년의 질문도 그렇습니다. 점자는 과거의 문화유산이 아니라 지금도 누군가의 공부와 이동, 노동과 자기결정에 긴밀하게 연결된 문자입니다. 그러니 이번 100주년은 “점자가 있었다”를 기억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사자가 실제로 “점자를 쓸 수 있게 되었는가”라는 물음으로 이어질 때, 100주년은 비로소 오늘의 일이 됩니다.
브리핑 2. 점자법 10년 — 국가 공인 문자인데, 아직 모르는 권리
훈맹정음이 100년을 맞았다면, 점자법은 이제 시행 10년을 바라봅니다. 2016년 점자법 제정으로 점자는 한글과 더불어 쓰이는 대한민국의 문자로 법적 지위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법에 적힌 문자와 생활 속에서 쓰는 문자의 간극은 아직 좁아지지 않았습니다.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2025년 국민의 점자 인식 및 점자 사용 환경 조사」를 다룬 보도에 따르면, 비시각장애인 가운데 점자가 한글과 함께 사용되는 문자이자 일반 활자와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는 사실을 아는 비율은 44.8%에 그쳤습니다. 공공기관이 시각장애인의 요청에 따라 점자 문서를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을 알고 있다는 응답도 비시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 모두 22.8% 수준이었습니다.3
이 수치는 조금 아프게 다가옵니다. 점자는 법적으로 공인된 문자이지만, 많은 시민에게는 아직 “엘리베이터 버튼에 붙어 있는 작은 돌기” 정도로만 기억됩니다. 더 큰 문제는 당사자에게도 권리 정보가 충분히 닿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공공기관에 점자 문서를 요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권리가 있어도 쓰기 어렵습니다. 법은 있는데 그 법이 당사자의 언어와 절차로 이어지지 않는 셈입니다.
생활 공간의 점자도 여전히 부족합니다. 같은 보도는 아파트 공동현관이나 현관문 잠금장치 키패드에 점자가 없는 점을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은 응답이 74.3%였다고 전합니다. 주거지 호실 번호에 점자가 없다는 응답은 42.7%, 공공건물 계단과 엘리베이터 주변의 층수·위치 안내 점자가 부족하다는 응답은 42%였습니다.3 점자법의 존재와 내가 사는 집의 공동현관을 혼자 열 수 있는 일 사이에는 아직 거리가 있습니다.
제9호에서 약 봉투 점자 의무화 이후에도 복약 정보가 당사자에게 제대로 닿지 않는 문제를 다뤘고, 제16호에서는 수어와 점자가 서로 다른 접근 경로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에는 그 질문을 법 시행 10년의 자리로 옮겨 보게 됩니다. 점자법이 있다는 말과 점자를 실제로 쓸 수 있다는 말 사이에는 교육, 제작, 비용, 표준, 인식, 요청 절차가 모두 놓여 있습니다.
점자법 10년의 평가는 조문만 보고 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점자를 배우는지, 요청하면 점자 문서를 받을 수 있는지, 주거지와 공공시설에서 점자로 길을 찾는지, 그리고 점자가 시각장애인의 권리라는 사실을 사회가 얼마나 아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점자법은 시작이었습니다. 이제 그 법이 생활 속 문자로 닿고 있는지 점검할 차례입니다.
브리핑 3. 점자교원과 점자능력 검정시험 — 점자를 가르칠 사람부터 다시 세우는 일
점자를 더 많이 쓰려면 먼저 배워야 합니다. 지금까지 점자 교육이 필요한 사람에게 충분히 열려 있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성인이 된 뒤 시각장애와 마주한 중도시각장애인에게 점자를 체계적으로 배울 길은 지역과 기관, 담당자 사정에 따라 크게 달랐습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제도 변화가 올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공포된 점자법 개정안과 하위 법령을 2025년 2월 28일부터 시행하면서 점자교원 자격제도, 점자교육원 지정·지원, 점자능력 검정 제도 도입을 규정했습니다. 정책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점자교원은 1급과 2급으로 나뉘고, 2급은 300시간 이상의 점자교육 경력, 점자능력 검정시험 초급 이상 합격, 점역·교정사 3급 이상 취득 중 하나의 조건을 갖춘 사람이 120시간 이상의 점자교원 양성과정을 이수한 뒤 심사를 거쳐 받을 수 있습니다.4
4월에는 점자교원 양성기관 5곳도 선정됐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단국대 평생교육원,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회, 유원대 점자교육원, 제주시각장애인복지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를 점자교원 양성기관으로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관들은 점자를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가르칠 점자교원을 교육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점자교원 자격 심사는 국립국어원이 실시하며, 심사 접수는 2026년 9월 중 시작될 예정이라고 보도됐습니다.5
여기서 점자능력 검정시험 이야기도 함께 나옵니다. 다만 시행 시점은 자료마다 표현이 조금 다릅니다. 정책브리핑은 시범 시험을 거쳐 2026년 이후 매년 한 차례 실시한다고 설명했고, 일부 기사와 제도 설명은 2027년부터 점자교육 전문인력을 배출한다는 흐름과 함께 다룹니다.4 그래서 지금 단계에서 “올해 바로 시험이 시행된다”거나 “정확히 어느 해부터 정례화된다”고 단정하기보다는, 검정 제도 도입과 운영 지침 마련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꼭지는 제8호에서 다뤘던 점자 시험지 문제와도 연결됩니다. 그때의 질문은 “학생이 점자로 시험을 치를 수 있는가”에 가까웠습니다. 이번 질문은 조금 다릅니다. 이제는 누가 점자를 가르치느냐가 문제입니다. 점자를 배우고 싶은 성인과 중도시각장애인이 어디에서, 어떤 기준으로, 누구에게 배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습니다.
점자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배우기 어렵습니다. 규칙을 익히고, 손끝 감각을 훈련하고, 읽기와 쓰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좋은 교재와 교사가 필요하고, 꾸준히 연습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점자교원 제도는 단순한 자격증 제도에 그치지 않습니다. 점자를 다시 교육권의 문제로 세우는 기반입니다. 제도가 만들어진 뒤 실제 지역에서 교육 기회가 얼마나 열리는지, 중도시각장애인에게도 닿는지, 저희도 계속 살펴보겠습니다.
- 정책브리핑, 「2027년부터 점자교육 전문인력 배출…교육원도 각 시도에 지정」
- 연합뉴스, 「점자교원 양성기관에 단국대 평생교육원 등 5곳 선정」
- KBS 뉴스, 「문체부, 점자교육 전문화 시작…‘점자 교원 양성기관’ 5곳 선정」
브리핑 4. 점사랑 7.0과 한소네 7 — 점자를 만들고 읽는 도구의 현재
점자를 말할 때 종이 점자책과 점자 표지판만 떠올리기 쉽지만, 오늘의 점자는 소프트웨어와 단말기, 파일 형식과 인공지능 환경 안에서도 움직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국내 점자 도구의 현재를 보여 주는 두 장면으로 점사랑 7.0과 한소네 7을 함께 보려 합니다.
먼저 국립국어원 점자 종합 정보 누리집은 점역 프로그램 「점사랑 7.0」을 안내합니다. 점사랑은 점자 문서 편집, 점자 파일 관리, 점자 파일 인쇄, 점역 환경 설정, 점역과 역점역 기능을 제공하는 윈도 점역 프로그램입니다. 7 계열에서는 DOCX와 HWPX 같은 범용 문서 점역 기능, 화면 읽기 프로그램 접근성, 외국어 점역 기능을 강화했고, 점사랑 촉각 프로그램과의 연동 기능도 개발했다고 소개합니다. 누리집에는 점사랑 7.1.2.0 버전이 2026년 4월 14일 버전으로 안내되어 있습니다.6
이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프로그램 버전이 올라갔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점자 문서를 만들려면 원문 문서가 점역 가능한 구조여야 하고, 점역 프로그램이 그 구조를 잘 읽어야 하며, 점역자가 결과를 검토하고 다듬어야 합니다. 특히 HWPX와 DOCX처럼 실제 행정·교육·업무 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문서를 점역하는 흐름이 나아진다면, 점자 자료 제작의 속도와 품질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물론 프로그램 안내만으로 실제 점역 품질과 사용성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화면 읽기 프로그램으로 얼마나 편하게 다루는지, 복잡한 표와 수식, 한글 문서의 서식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사용자 경험과 현장 검증이 더 필요합니다.
한소네 7은 이미 이 브리핑에서 여러 차례 다뤘습니다. 제2호 브리핑에서는 글로벌 출시 소식을 전했고, 제5호 브리핑에서는 시연회 소식을 다뤘습니다. 「다녀왔습니다 3. 한소네 7 설명회 - 엔지니어에게 듣는 속 깊은 이야기」에서는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도 정리했습니다. 이번에는 새 제품 소개를 반복하기보다, 훈맹정음 100주년이라는 흐름 안에서 한소네 7을 다시 놓아보려 합니다.
셀바스헬스케어는 4월 4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한소네 7 출시 행사를 열었고, 행사 주제를 “한글 점자 100년의 역사: 1926년 훈맹정음에서 2026년 한소네 7까지”로 잡았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한소네 7은 교육·사무 환경을 고려한 3종 라인업으로 구성됐고, 구글 제미나이를 온디바이스 형태로 탑재해 점자 기반 환경에서 정보 검색, 문서 요약, 텍스트 작성 같은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손가락 감지 기반의 능동 반응형 점자 디스플레이도 주요 기능으로 소개됐습니다.7
기술의 방향은 분명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계속 관심 가져야 할 질문은 제품의 화려함이 아니라 사용의 현실입니다. 점사랑 7.0은 점자를 만드는 쪽의 도구이고, 한소네 7은 점자를 읽고 쓰는 개인의 단말 환경입니다. 둘 사이가 잘 이어질 때 점자는 더 빨리 만들어지고 더 안정적으로 읽히며, 그만큼 많은 문서와 업무 안으로 들어갑니다. 반대로 제작 도구와 읽기 도구가 따로 놀면 좋은 기기가 있어도 읽을 자료가 부족하고, 좋은 점역 파일이 있어도 실제 사용자가 편하게 열지 못하는 일이 생깁니다.
훈맹정음 100년의 오늘은 그래서 도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점자는 마음만으로 늘어나지 않습니다. 문서를 만드는 소프트웨어, 읽어 주는 단말기, 검수하는 교정사,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실제 교육과 업무에 연결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기술은 기념을 현실로 옮기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도구가 정말 당사자의 손끝에 닿고 있는지는 꾸준히 확인해야 할 과제입니다.
- 국립국어원 점자 종합 정보 누리집, 「점역 프로그램 점사랑 7.0」
- 메디게이트뉴스, 「셀바스헬스케어, 한소네 7 출시 행사 개최…AI 점자 단말기 글로벌 출하 본격화」
- 디지털데일리, 「셀바스헬스케어, 점자 단말기 ‘한소네 7’ 글로벌 출하 나서」
브리핑 5. 더 많은 점자, 더 많은 권리 — 국내외 점자 문해 운동
마지막 꼭지는 시선을 조금 넓혀 보겠습니다. 점자 100년을 기념하고, 점자법 10년을 점검하고, 점자교원과 도구를 살펴본 뒤에 남는 질문은 결국 하나입니다. 점자가 앞으로 더 널리 배우고 쓰이며 권리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WBU)와 세계시각장애교육협의회(ICEVI)는 올해 “More Braille: More Empowerment”라는 이름의 Global Braille Literacy Campaign을 공식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캠페인의 목표는 간단하지만 큽니다. 시각장애인과 저시력인이 어디에 살든 점자를 배우고, 읽고, 쓰고, 공부하고, 일하고, 사회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게 하자는 것입니다.8
캠페인은 점자가 단순한 코드가 아니라 문해력, 독립성, 기회의 통로라고 말합니다. 동시에 전 세계의 많은 시각장애·저시력 학습자가 여전히 훈련된 교사 부족, 오래되었거나 구하기 어려운 학습 자료, 점자 생산과 기술에 대한 불균등한 투자라는 장벽을 겪고 있다고 짚습니다. 음성 기술과 인공지능이 발전해도 점자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듣는 정보와 읽고 쓰는 정보는 다릅니다. 맞춤법과 문장 구조를 익히고, 수학과 과학 기호를 읽고, 스스로 메모하고 검토하는 능력은 여전히 점자 문해와 깊게 연결됩니다.
6월에는 「Global Declaration on Braille Literacy in Education」도 공개됐습니다. 이 선언은 제19차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당사국회의(COSP19) 기간인 2026년 6월 9일 뉴욕에서 발표됐고, 6월 12일 WBU와 ICEVI 명의로 공개됐습니다. 선언은 점자 문해를 포용교육의 핵심 요소이자 기본적 권리로 인정하라고 요구합니다. 이후 DAISY Consortium, European Blind Union, International Publishers Association 등 출판·접근성 관련 단체들도 지지를 표명했습니다.9
한편 미국 Braille Institute는 2026 International Braille Challenge Finals 수상자를 발표했습니다. 이 대회는 시각장애·저시력 학생을 위한 국제 점자 학업 경연으로, 26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6년 결선에는 호주, 캐나다, 아일랜드, 케냐, 영국, 미국 등에서 2,000명 넘게 참여한 학생 중 상위 50명이 초청됐고, 읽기 이해, 철자, 속도와 정확도, 교정, 촉각 차트와 그래프 등 다양한 영역을 겨뤘습니다.10
이런 국제 흐름은 한국의 상황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앞에서 본 점자교원 제도, 점자교육원 지정, 점자능력 검정 제도, 점사랑 7.0과 한소네 7 같은 도구는 모두 같은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점자가 더 자리 잡으려면 충분한 교사와 자료, 더 나은 제작 도구와 읽기 환경, 그리고 점자를 권리로 이해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점자는 옛 기술이 아닙니다. 종이 점자와 디지털 점자, 점역 프로그램과 점자정보단말기, 점자 교사와 점자 학습자가 공존하며 살아 움직이는 문해의 체계입니다. 시각장애인의 점자 사용률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 전에,11 배울 기회가 충분했는지 먼저 묻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점자가 늘어나는 만큼 권리도 넓어져야 합니다. 그 권리는 국내의 법과 교육, 국제 캠페인의 언어가 만나는 자리에서 더 단단해집니다.
- World Blind Union, 「Global Braille Literacy Campaign」
- World Blind Union, 「Global Declaration on Braille Literacy in Education」
- International Publishers Association, 「Publishing and Accessibility Organisations Endorse Global Declaration on Braille Literacy in Education」
- Braille Institute, 「Winners Announced for 2026 International Braille Challenge Finals」
마치며
이번 호를 쓰면서 계속 “100년”이라는 시간을 생각했습니다. 100년은 긴 시간입니다. 한 사람이 태어나고 늙어 가는 시간보다도 깁니다. 그런데 점자 앞에서는 그 시간이 이상하게 짧게만 느껴집니다. 훈맹정음이 만들어진 지 100년이 되었는데 우리는 아직도 점자를 배우고, 문서를 받고, 생활 속에서 점자를 찾을 때마다 장벽과 맞닥뜨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00년은 우리 시각장애인들에게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훈맹정음이 있었기에 지금의 점자법도, 점자교원 제도도, 점역 프로그램도, 점자정보단말기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제 그 유산을 기념의 언어에만 가두지 않는 일입니다. 100년 전의 점자가 권리 회복의 도구였다면, 오늘의 점자도 그래야 합니다.
점자는 손끝으로 읽는 문자입니다. 하지만 점자가 닿아야 할 곳은 손끝만이 아닙니다. 학교와 복지관, 공공기관과 병원, 아파트 공동현관과 교통시설, 행정 문서와 교과서, 디지털 파일과 업무 도구, 점자는 이 모든 곳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점자는 남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읽고 쓰고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되어야 합니다.
점자의 100년은 기념의 시간을 지나, 이제 사용의 시간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전시와 행사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점자를 배우고 쓰는 사람이 늘어나는 100주년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 알리도 이 질문을 놓지 않고 끝까지 따라가 보겠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에 뵙겠습니다.
Foot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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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방송 보도에 따르면 송암점자도서관은 2026년 7월 10일부터 8월 21일까지 송암박두성기념관에서 훈맹정음 반포 100주년 기념 특별전 「화이부동」을 개최합니다. 전시는 훈맹정음의 탄생과 발전 과정, 시각장애인의 교육·문화·사회참여 활동, 훈맹정음 원본 복제본과 점자 관련 자료 등을 다룹니다. | 경인방송, 「훈맹정음 반포 100주년…인천서 특별전 ‘화이부동’ 개최」(2026.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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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종 국립세계문자박물관 홍보디자인부장은 머니투데이 칼럼에서 2026년 10월 국립세계문자박물관 훈맹정음 전시를 언급하며, 훈맹정음을 오늘의 정보 약자와 이해 접근성 문제로 확장해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자료는 정책 발표가 아니라 전시 커뮤니케이션 관점의 전문가 칼럼이므로, 본문에서는 전시의 관점과 질문을 여는 자료로 사용했습니다. | 머니투데이, 「좋은 전시는 왜 질문을 남기는가?」(2026.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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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보도는 국립국어원의 「2025년 국민의 점자 인식 및 점자 사용 환경 조사」를 인용해, 점자가 한글과 함께 쓰이는 문자이자 일반 활자와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는 사실을 아는 비시각장애인이 44.8%에 그쳤고, 공공기관의 점자 문서 제공 규정을 알고 있다는 응답은 비시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 모두 22.8%였다고 전했습니다. 공동현관·현관문 잠금장치 키패드 점자 부재 74.3%, 주거지 호실 번호 점자 부재 42.7%, 공공건물 계단·엘리베이터 주변 점자 정보 부족 42%도 같은 보도 기준입니다. | 투데이신문, 「점자법 10년…성인 점자 교육은 ‘걸음마’ 단계」(2026.4.21.)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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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는 2025년 2월 28일부터 점자법 개정안과 시행령·시행규칙을 시행하며 점자교원 양성, 점자교육원 지정·지원, 점자능력 검정 시행 근거를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책브리핑 자료는 2027년부터 점자교육 전문인력을 배출할 계획, 2028년까지 17개 시도에 점자교육원을 1곳씩 지정할 계획, 시범 시험을 거쳐 2026년 이후 매년 점자능력 검정시험을 실시할 계획을 함께 설명합니다. | 정책브리핑, 「2027년부터 점자교육 전문인력 배출…교육원도 각 시도에 지정」(2025.2.28.)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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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와 KBS 보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2026년 4월 22일 단국대 평생교육원,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회, 유원대 점자교육원, 제주시각장애인복지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등 5곳을 점자교원 양성기관으로 선정했습니다. 점자교원 2급은 300시간 이상의 점자교육 경력, 점자능력 검정시험 초급 이상 합격, 점역·교정사 3급 이상 취득 중 하나의 조건과 120시간 이상의 양성과정 이수를 거쳐 심사받는 구조로 보도됐습니다. 자격 심사 접수는 2026년 9월 중 시작될 예정입니다. | 연합뉴스, 「점자교원 양성기관에 단국대 평생교육원 등 5곳 선정」(2026.4.22.), KBS 뉴스, 「문체부, 점자교육 전문화 시작…‘점자 교원 양성기관’ 5곳 선정」(2026.4.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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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점자 종합 정보 누리집은 점사랑 7.0을 점자 문서 편집, 점자 파일 관리, 점자 파일 인쇄, 점역 환경 설정, 점역, 역점역 기능을 제공하는 윈도 점역 프로그램으로 안내합니다. 누리집은 DOCX·HWPX 등 범용 문서 점역 기능 강화, 화면 낭독기 접근성 강화, 중국어·광둥어 신규 지원과 일본어 기능 보완, 점사랑 촉각 프로그램 연동, 점사랑 7.1.2.0 버전(2026년 4월 14일)을 함께 설명합니다. | 국립국어원 점자 종합 정보 누리집, 「점역 프로그램 ‘점사랑 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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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게이트뉴스와 디지털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셀바스헬스케어는 2026년 4월 4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한소네 7 출시 행사를 열었고, 행사 주제는 “한글 점자 100년의 역사: 1926년 훈맹정음에서 2026년 한소네 7까지”였습니다. 보도는 한소네 7의 3종 라인업, 온디바이스 제미나이 탑재, 점자 기반 정보 검색·문서 요약·텍스트 작성, 손가락 감지 기반 능동 반응형 점자 디스플레이를 주요 특징으로 전했습니다. 실제 사용성은 제품 보도와 별개로 현장 검증이 필요합니다. | 메디게이트뉴스, 「셀바스헬스케어, 한소네 7 출시 행사 개최…AI 점자 단말기 글로벌 출하 본격화」(2026.4.7.), 디지털데일리, 「셀바스헬스케어, 점자 단말기 ‘한소네 7’ 글로벌 출하 나서」(2026.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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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Blind Union과 ICEVI의 Global Braille Literacy Campaign “More Braille: More Empowerment”는 2026년 1월 4일 세계 점자의 날에 공식 출범했습니다. 캠페인은 시각장애인과 저시력인이 어디에 살든 점자를 배우고 읽고 쓰며 공부·일·사회참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훈련된 교사, 학습 자료, 점자 생산과 기술 투자, 종이 점자와 저렴한 점자 기술, 연구와 근거 구축을 주요 과제로 제시합니다. | World Blind Union, 「Global Braille Literacy Campaign: More Braille: More Empowerm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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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U 자료에 따르면 「Global Declaration on Braille Literacy in Education」은 2026년 6월 9일 뉴욕에서 열린 제19차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당사국회의(COSP19)에서 공개됐고, 6월 12일 WBU와 ICEVI 명의로 발행됐습니다. International Publishers Association 보도는 이 선언이 점자 문해를 기본적 인권이자 포용교육의 핵심 요소로 인정하라고 요구하며, Accessible Books Consortium, DAISY Consortium, European Blind Union, International Publishers Association 등 여러 출판·접근성 단체가 지지를 표명했다고 전했습니다. | World Blind Union, 「Global Declaration on Braille Literacy in Education」(2026.6.), International Publishers Association, 「Publishing and Accessibility Organisations Endorse Global Declaration on Braille Literacy in Education」(2026.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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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ille Institute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6 International Braille Challenge Finals는 2026년 6월 30일 수상자를 발표했습니다. Braille Challenge는 26년째 이어진 시각장애·저시력 학생 대상 국제 점자 학업 경연으로, 2026년에는 여러 나라에서 2,000명 넘게 참가했고 상위 50명이 결선에 초청됐습니다. 경연 분야에는 읽기 이해, 철자, 속도와 정확도, 교정, 촉각 차트와 그래프가 포함됐습니다. | Braille Institute, 「Winners Announced for 2026 International Braille Challenge Finals」(2026.6.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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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점자 종합 정보 누리집은 「2025 국민의 점자 인식 조사」 요약에서 시각장애인 중 실제 점자 사용 가능자는 14.4%에 그쳤고, 「점자 경험(시각장애인)」 요약에서 시각장애인의 86.8%는 일상에서 점자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이 수치를 “시각장애인은 왜 점자를 쓰지 않는가”로만 읽어서는 안 됩니다. 보건복지부 「2023년 장애인실태조사」는 시각장애 전체 추정수를 277,851명으로, 그중 “실질적으로 점자 활용이 필요한 경우라 할 수 있는, 장애정도가 심한 경우”를 54,793명으로 제시합니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장애정도가 심하지 않은 시각장애인은 약 80.3%입니다. 이 집단에는 잔존시력을 활용해 확대문자, 화면 확대, 고대비, 음성 출력 등을 주된 문자·정보 접근 수단으로 삼는 저시력인이 상당수 포함될 수 있으므로, 낮은 점자 사용률은 점자 교육의 부족과 함께 시각장애 내부의 다양한 시기능·문자 매체 사용 방식까지 함께 놓고 해석해야 합니다. | 국립국어원 점자 종합 정보 누리집, 「국민의 점자 인식 및 점자 사용 환경 조사」, 국립국어원, 「국민의 점자 인식 및 점자 사용 환경 조사」(2025), 보건복지부, 「2023년 장애인실태조사」 ↩
